영국 국민들은 또 다시 '위대한 고립'을 선택했다. 이날 치러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EU를 떠나기로 결정하면서다.

영 국은 유럽연합(EU)의 일원이면서도 자국 통화인 파운드화를 고집하면서 사실상 EU와 거리를 둬왔다. 전통적으로 대영제국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영국은 애초에 유럽 대륙과의 통합에 회의적인 면이 있었고,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하는 EU 체제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왔다.

EU의 뿌리는 1950년 독일과 프랑스가 맺은 유럽 석탄·철강공동체(ECSC)다. 이후 이탈리아·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등이 이 공동체에 참여했다. 1957년엔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 등 유럽 각지에서 여러 공동체가 출범했다. 이 세 기구가 통합돼 1967년 유럽공동체(EC)로 발전했다.

그러다 영국은 1973년 대영제국의 자존심을 꺾고 EU의 전신인 EC에 가입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영국의 유럽공동체 참여에 대한 여론은 분분했다. 이에 불과 2년 만에 집권 노동당 주도로 EC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당시엔 67.23% 대 32.77%로 잔류를 찬성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1993년 유럽단일시장 출범으로 경제통합이 심화하면서 정치통합 논의도 급물살을 탔다. 이후 EC 12개 회원국은 마스트리흐트 조약을 체결하고 1994년 1월부터 공식 명칭을 EU로 바꿨다. 명실상부한 유럽공동체가 탄생한 것이다.

1999 년에는 단일통화인 유로화가 도입됐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EU 회원 19개국을 '유로존'이라고 부른다. 이로부터 10년이 흐른 2009년 개혁 조약인 리스본조약이 발효되면서 또다시 정치 통합이 가속화됐다. 해당 조약에 따라 EU 의회는 예산을 포함한 약 90개 분야에서 이사회와 공동 결정권을 행사한다.

2013년 크로아티아가 합류하면서 EU는 현재 28개 회원국과 인구 5억명의 인구를 거느린 국내총생산(GDP) 18조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단일 시장으로 거듭났다.

그 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EU는 분열됐다. 특히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유로존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단일 화폐를 쓰기 시작하면서 자국에 경제 위기 상황이 발생해서 통화가치 조정을 통한 경기부양 등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2010년 그리스를 시작으로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이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하며 구제금융을 받았다. 2012년엔 스페인·사이프러스까지 위기가 번지며 유로존의 붕괴 위기까지 거론됐다.

영 국은 특히 반(反) EU 정서에 휩싸였다. 독일에 이어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EU 부담금과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실업률 상승했다. 영국 내 테러가 증가면서 극우세력도 활개를 쳤다. 이에 영국 국민들은 43년 만에 다시 EU를 떠나게 됐다.




영국이 끝내 유럽연합(EU)을 등지기로 했다. 유럽 통합체제 아래 약해진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대영제국'의 자존심이 23일(현지시간) 치른 국민투표에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는 영국의 미래는 물론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불확실성을 던져줬다. EU 탈퇴는 유례없는 일로 브렉시트의 향방을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英 반EU 정서 폭발…캐머런 '자충수'
영 국에서 최근 고조된 반 EU 정서는 유로존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EU 28개국 가운데 19개국이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이고 영국의 파운드화처럼 자체 화폐를 쓰는 나라는 9개국밖에 안 된다. 독일이 유로존 재정위기 대응을 주도하며 EU의 역할을 강조한 게 반감을 부추겼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영국이 EU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채 책임만 강요당했다고 불평한다.

탈퇴파는 특히 EU의 규제와 막대한 예산분담 책임, 역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 솅겐조약을 도마에 올렸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쟁점은 솅겐조약에서 비롯된 이주민 문제였다. 영국 경제가 비교적 탄탄한 편이지만 세계적인 저성장 여파로 부족해진 일자리와 복지예산을 한해 25만명에 달하는 이주민과 공유해야 한다는 불만이 고조됐다. 최근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 등지에서 발생한 테러와 난민사태가 이주민에 대한 반감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유럽 통합에 대한 영국의 삐딱한 태도는 뿌리가 깊다. 영국은 EU의 시초로 1951년 창설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에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았다. 영국은 ECSC에서 파생된 유럽경제공동체(EEC)에 1973년 가입했지만 2년 만인 1975년 EEC 잔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쳤다. 당시엔 67% 이상이 잔류를 선택했다.

집권 보수당 내에서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부터 영국이 유럽 통합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에 반대했지만 그의 각료 6명을 비롯한 보수당 의원 절반 가까이가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특히 캐머런 총리의 정치적 동지였던 보리스 존슨 전 영국시장이 탈퇴파 선봉에 섰다.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치르기로 한 건 당내 분열을 수습하고 영국 내 반 EU 정서를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었는데 결국 자충수가 됐다.

◇'브렉시트' 아무도 모른다
브 렉시트를 선택한 영국은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EU에 탈퇴 의사를 밝힌 뒤 2년 안에 다른 회원국과 탈퇴 조건 등에 대한 협상을 마쳐야 한다. 영국은 협상 중에 EU 조약과 법령을 따라야 하지만 의사결정권은 행사하지 못한다. 2년 안에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자동으로 EU 회원국 자격을 잃고 EU 체제 내에서 맺은 모든 협약의 효력이 중단된다.

캐머런 총리는 투표 전에 브렉시트 결정이 나면 즉각 EU에 통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사퇴 압력에 직면하면 지연될 수 있다. 영국 국영방송 BBC는 현실적으로 영국이 2년 안에 탈퇴 협상을 끝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EU 탈퇴는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브렉시트가 기술적으로 어떻게 실현될지는 두고 봐야 할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단연 경제다. 탈퇴파는 영국이 EU에서 벗어나는 게, 잔류파는 영국이 EU에 남는 게 더 잘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잔류파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하면 EU라는 거대한 단일시장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산하 연구소는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최악의 경우 영국 GDP(국내총생산)가 6.3-9.5% 줄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충격을 받게 되는 셈이다.

반 면 탈퇴파는 브렉시트를 통해 영국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EU 단일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가 속한 유럽경제지역(EEA)과 스위스 등 EU 구성원이 아니면서 시장 접근권을 얻은 국가들의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예산 분담, 규제 준수, 역내 이동의 자유 보장 등 EU에 대한 책임을 피한 채 시장 접근권만 갖겠다는 구상은 '망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 도 그럴 게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스위스가 EU 단일시장에 접근하면서 치르는 대가가 만만치 않다. 노르웨이의 경우 EU 예상 분담금이 영국의 80-90%에 이르고 EU 법률의 75%를 따라야 한다. EEA 회원국과 스위스 등 4개국은 모두 '솅겐 비자 자유여행구역'에 포함돼 사실상 EU의 역내 자유통행권 안에 있다.

영국이 EU를 떠나면 영국 연방국가들과 함께 다른 나라와 개별 협정을 맺으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주를 비롯한 영연방국가들은 오히려 영국을 발판으로 삼아 유럽대륙에 진출해왔고 개별 협상이 만만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은 브렉시트로 오히려 EU-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과 EU와 미국이 주도하는 포괄적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TTIP) 협정의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됐다.

◇EU "재협상 없다"…유럽 통합체제 붕괴 위기
EU의 입장도 강경하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2일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이후 재협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특히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하면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잃을 것이라고 했다.

브렉시트는 스코틀랜드의 독립 의지를 다시 자극할 수도 있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영국연방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치렀지만 55.3%가 반대해 분리독립이 좌절된 바 있다.

브 렉시트가 유럽 내 반통합 정서를 폭발시켜 EU 탈퇴 도미노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하면 유럽 대륙의 정치적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완전한 유럽 통합체인 '유럽합중국' 건설이라는 '유럽의 꿈'이 물 건너 가는 셈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가능성으로 금융시장이 극도로 혼란한 모습이지만 브렉시트의 충격은 이미 코스피에 상당히 반영됐다고 24일 평가했다.

과거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조됐을 때 코스피는 15% 내외의 급락이 발생했지만 브렉시트는 금융위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10% 내외의 하락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9일 장중 고점은 2035 대비 이날 장점 저점 1892까지 7% 정도 급락했다. 지난 9일 고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10% 하락한 1830 부근이 지지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코 스피 1830은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이 각각 9.4배와 0,83배 수준이다. 한요섭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이미 코스피는 상당부분 브렉시트 리스크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다음주 1차적으로 저점형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추가 하락 시 적극적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가 확정되더라도 과거 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금융위기가 아니라는 점과 함께 2년간의 완충시간을 통해 부정적인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편, 과거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조됐을 때 코스피는 평균 15%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3월 그리스 구제금융 따는 13% 하락했으며, 2011년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때는 23% 정도 하락했다. 이후 2012년 5월 유럽재정위기 때는 14%, 2015년7월 중국 경기우려 때는 14%, 2015년 12월 중국 경기우려와 유럽은행 위기 때는 9% 정도 하락했다.



"브렉시트는 환율과 유가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특히 올 상반기 이후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세계 경기를 안정시켰는데, 달러 강세로 유가가 다시 하락한다면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합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4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유가의 방향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높아진 브렉시트 가능성에 급락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간밤 미국과 유럽 증시가 급등한 것을 보면 시장은 영국의 잔류를 예상했었다"며 "예상 외의 결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투자심리가 더 나빠졌다"고 했다.

이어 "브렉시트로 영국 파운드화 가치 급락, 달러 강세 등이 예상된다"며 "달러 강세로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의 하락은 세계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이에 따라 여름을 전후로 예상했던 한국 수출의 반등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브렉시트가 세계 경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라며 "경기 영향이 적다면 시장은 조만간 안정을 찾을 것이고, 이는 유가의 방향에서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간이 갈수록 불확실성은 커질 것이다. 하반기 내내 불안감이 이어질 수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4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시장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브렉시트 확률이 높아지면서 투매가 나왔다"며 "곧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들이 봉합 수순을 밟을 것이기 때문에 투매 분위기에 동참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반등이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부정적 이슈가 이어지면서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에 대한 의심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 센터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지금은 시장 불안으로 미뤄질 수 있지만 때가 되면 또다시 금리인상 이슈가 불거질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의심이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시장이 흔들리면 투자자들은 결국 안전자산을 찾게 될 것"이라며 "하반기 내내 불안감을 갖고 시장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공포에 시장은 '검은 금요일'을 맞았다.

24일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이슈가 영국의 경제위축 수준으로 그칠 것인지 유럽 전체와 세계 시장의 충격으로 확대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제한적인 수준에서 그칠 경우 코스피지수 기준 1880선이 1차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의 이탈이 지난 그리스 등 남유럽 금융위기 때처럼 봉합될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시장 위기 때처럼 걷잡을 수 없게 번질지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 연구원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위안화 환율 마저 흔들릴 경우에는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 이후 예정된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다음 주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다. 결과에 따라서는 시장이 빠르게 진정세를 되찾을 수도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을지도 중요해졌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완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서 연구원은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겠지만, 오는 28일 예정된 EU 외교안보 관련 정상회담에서 어떤 대책이 나올 것인지에 따라 시장 방향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브렉시트 이후 실제 영국의 EU 탈퇴까지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각국의 정책 공조 여부가 가장 큰 변수"라고 덧붙였다.


오는 23일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진행됩니다. 브렉시트란 영국(Britain)과 출구(Exit)의 합성어로 ‘영국의 EU 탈퇴’를 일컫는 말입니다. 여론조사는 탈퇴해야 한다는 이들이 남아있어야 한다는 이들보다 조금 더 많은 상황. 지난 16일 영국 노동당의 조 콕스 하원의원이 살해당했습니다. 콕스 의원을 살해한 범인은 범행 당시 ‘영국이 먼저’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합니다. 브렉시트 찬성파들의 구호입니다. 콕스 의원 피살 이후 영국에서는 국민투표 연기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브렉시트 가능성이 옅어졌다는 진단도 있죠. 한국투자증권이 지난달 31일 발행한 ‘마켓 이슈: 브렉시트 총정리’ 보고서와 그간 경향신문 보도를 중심으로, 국민투표를 앞두고 꼭 알아둬야 할 브렉시트 이슈를 정리해봤습니다.

조 콕스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글. 16일(현지시간) 남편과 두 아이들이 ‘EU잔류’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템스강에서 고무보트를 ‘템스강 전투’ 남편·아이들 사진과 마지막 메시지 조 콕스는 16일 트위터에 “남편 브렌던과 두 아이들이 ‘템스강의 전투’에 참여했다. 우리는 ‘EU 잔류’를 지지한다”는 글과 함께 가족들이 템스강에서 보트를 타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이날 템스강에서 EU 탈퇴파와 잔류파가 충돌한 사건은 소셜미디어에서 ‘템스강의 전투’로 불렸다. 조 콕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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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 왜 EU를 떠나려하나?

사실 브렉시트와 유사한 일들은 과거에 몇 번 있었습니다. 1975년 영국의 집권당이었던 노동당은 EU의 전신 ECC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추진했고 영국 시민 67% 지지를 얻어 잔류가 결정됐습니다. 또 지난해 그리스 치프라스 총리는 공약으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내걸어 집권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리스의 경우, 경제위기에 직면했지만 유로존 단일통화권에 묶인 탓에 자유롭게 통화정책을 펼칠 수 없었던데다, EU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그리스 국민들이 늘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브렉시트 이슈는 영국 보수당이 공론화시켰습니다. 2015년 총선을 앞두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017년까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점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습니다. EU의 재정악화가 심화되면서 영국이 내야 할 EU 분담금 부담이 커지자, 더 이상 EU에 남아 있는 것은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거죠. 지난해 영국에 할당된 EU예산 규모는 140억7000만유로, EU 28개국 중 4번째로 부담율이 높습니다. EU가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EU내 금융업 감독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금융강국 영국에는 부담이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영국으로 이주해오는 가난한 동유럽인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복지비용이 증가하고 자국민의 취업기회가 감소한다는 ‘반이민 정서’도 브렉시트를 부추겼습니다. 시리아 난민문제, IS 테러 위협이 겹친 것도 또 하나의 요인입니다.

자료: 한국투자증권


2015년 총선에서 캐머런 총리의 보수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브렉시트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11월 캐머런 총리는 ‘EU 회원국 지위 조정을 위한 요구사항(영국의 EU잔류 요구 조건)’을 EU 상임의장에게 전달합니다. 대략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국은 유로화 사용 국가를 대상으로 내려진 EU의 금융·거시 경제 안정화 조치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영국과 같은 비유로화 국가의 금융기관은 유로화 국가 기준의 금융안정성 규제를 이행할 의무가 없다.
*EU조항에 대해 역내 국가 의회의 55%가 반대할 경우, EU조항에 대한 재논의가 가능하다.
*EU조약에서 ‘어느 때보다 긴밀한 연합EU-Close Union이라는 구문은 영국에 적용되지 않는다.
*(동유럽에서 온 이주민 처럼) 역내 이주민의 자녀가 영국 외 본국에 머물고 있는 경우, 양육수당을 해당 본국의 생계비에 맞춰 재산정한다. 역내 이주민의 복지 혜택은 이주 후 첫 4년간 제한된다. 등등



지난 2월 EU정상회의는 브렉시트 저지를 목표로 영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습니다. 하지만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영국 보수당 공약대로 진행됐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어떤 시나리오?

영국은 투자자들에게 ‘영어문화권’, ‘고도화된 인프라’, ‘숙련된 노동력’, ‘EU시장으로의 접근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왔습니다. 일단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에 투자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의 직접투자 규모는 1조 파운드에 육박하는데 EU국적의 자금이 상당합니다. 해당 자금이 영국 FD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48%. 영국과 EU관계에서 변화가 발생한다면 해당 자금은 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죠



인력유출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런던은 세계 주요 금융회사와 회계법인, 컨설팅 회사들이 몰려있는 특별행정구역 ‘더 시티’가 지정돼 있죠. 이곳에는 8만명의 EU국적 소지자가 있는데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이들은 더이상 복지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됩니다. 영국에서 EU 시장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글로벌 기업의 인력들이 영국에서 EU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죠. 프랑스 파리는 영국 런던에서 이탈하는 금융인력을 받아들이겠다며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합니다. 자신들이 브렉시트 이후 ‘넥스트 런던’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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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하면 어떤 시나리오?

영국 재무부는 지난 4월 브렉시트와 관련해 비용편익 분석에 나섰습니다. 결과는 영국의 GDP가 브렉시트 발생 15년 이후에 기존보다 3.8~7.5%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죠.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은 EU 단일시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됩니다. 영국이 EU시장과 거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무역협상을 진행해야 합니다. 크게 세가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유형의 EEA(유럽경제지역), 스위스 유형의 쌍무협정, 마지막으로 WTO 기준을 따르는 방법입니다. EEA에 가입하면 일부 거래에 대해 무관세가 되지만 여전히 자유로운 인구 이동을 용인하고 EU예산에 대해 일부분을 부담해야 합니다. 이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추진한 명분과 상반되는 것이기에 영국이 EU회원국 지위를 유지했을 때와 비교해 부각되는 장점이 없습니다.

스위스 스타일의 쌍무협정은 EEA보다 불리합니다. 비관세 장벽 항목이 많고 영국에 특화된 금융산업에 대해 진입이 제한돼있습니다. 인구이동과 EU예산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기여를 해야 합니다. 반면 WTO기준을 적용하면 영국은 EU 출신 이민자와 EU 예산에 대한 부담은 더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무역개방도가 높은 영국에게 EU같은 거대 단일시장을 잃는 건 상당한 손실이죠. 당장 EU시장에서 영국산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는 제품수요 감소로 이어져 영국 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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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 내에서도 EU잔류와 탈퇴 입장이 갈립니다. 보수당 소속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에 반대하지만, 보수당의 보르스 전 런던시장은 브렉시트를 찬성합니다. 캐머런 총리는 EU정상회담에서 ‘영국의 EU잔류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졌다며 영국이 특별지위를 확보했으니 잔류하는 게 옳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은 탈퇴를 해도 EU와의 자유무역이 가능하고 런던의 금융회사들이 독립된 환경 속에서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노르웨이나 아이슬란드와 같은 형태의 EEA를 통한 교역이 영국에 더 유리하다는 겁니다.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1992년 창설된 영국 독립당도 브렉시트에 우호적입니다.

반면 1975년 EEC 탈퇴 국민투표를 진행했던 제 1야당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은 EU 잔류로 당론을 정했습니다. 제 2야당인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2년 내 스코틀랜드 독립을 위한 투표를 다시 실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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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거주하는 영국인들도 브렉시트에 반대가 압도적입니다. 영국이 EU에 속했을 때는 역내에서 영국 의료보험을 사용할 수 있었고, 별도의 거주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었지만, EU에서 탈퇴할 경우 이런 이점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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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어떤 영향?

한국 증시도 브렉시트에 부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험 회피 심리 강화로 외국인이 투자한 투자금이 유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영국계 투자자가 한국 등 신흥국 시장에서 발을 빼고 보다 안정적인 선진국 시장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지요. 브렉시트가 확정되면 파운드/달러 환율도 하락하고, 영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EU의 유로화도 동반 약세를 보일겁니다. 파운드화와 유로화가 동반약세를 보이면 달러 강세가 촉발될 수 있습니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이 스코틀랜드의 독립투표 이슈를 재점화 시키고,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EU 탈퇴 여론이 조성되면서 EU의 존속을 위협할 경우,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같은 신흥국 경제가 휘청거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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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역할 어떻게?

그렉시트, 브렉시트뿐만이 아닙니다. EU내에서 EU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면서 EU 존립의 문제로 확대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4월4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EU 10개 회원국 1만4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EU를 호의적으로 바라본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51%. EU에 호감을 느끼는 비율은 10년 새 급락했고 거의 반 토막 난 국가도 있습니다. EU회의론이 급격하게 대두된 것은 2012년 유로존 악화로 시작된 경제 위기와 2015년에만 중부 유럽에 100만명 이상의 난민이 몰리는 등 난민 문제가 주요 원인이 됐습니다.

28개국으로 구성된 EU는 공동체의 상징이자 다자협력, 지역통합의 모범적 모델로 여겨져 왔습니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면 유럽공동체주의의 균열이 불가피합니다. 유럽통합은 유럽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1950년대부터 꾸준히 전개됐으며 영국도 비록 정치통합에서는 다른 나라와 속도 차이를 보였지만 경제통합에는 적극적이었습니다. 브렉시트는 이런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EU는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얀 지엘론카 영국 옥스퍼드대 유럽정치학 교수는 EU가 “강한 유럽 기구를 거느린 긴밀한 연합을 만들겠다는 야심은 포기하고 다양성과 복수성(複數性), 탈중심주의를 포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마지막에 링크된 경향신문과 얀 지엘론카 교수의 이메일 인터뷰를 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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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는 찬성 우위 vs 베팅업체는 반대 우위

EU 잔류 지지 의원 피살로 유세 중단…표심 영향 주목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찬반을 묻는 영국 국민투표가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국민투표는 1975년 유럽경제공동체(EEC·EU 전신) 찬반 국민투표 이후 41년 만에 이뤄지는 영국의 선택이다.
브렉시트 찬성으로 귀결되면 영국발(發)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에 국제 금융시장에는 긴장감이 고조돼 있다
국제금융시장에 불어닥친 충격파는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전 세계가 시선을 집중하며 영국 내 브렉시트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국제 금융시장은 표심 움직임에 따라 동요하기 시작하는 등 이미 영향권에 진입했다.
10주에 걸친 찬반 투표 운동의 막바지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투표 결과는 예측 불허 상태다.

오즈체커 홈페이지 캡처
올해 초만 해도 EU 탈퇴를 놓고 '설마'하는 인식이 많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탈퇴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6월 23일을 국민투표일로 정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깔렸다.
그러나 찬성 여론이 확산하더니 1개월 전 무렵에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근소하게 우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어 찬반이 팽팽한 조사들에 이어 지난주부터 찬성이 우세한 조사들이 잇따랐다. 표심이 '찬성' 쪽으로 쏠리는 일정한 패턴으로 해석됐다.
투표 10일 전인 13일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 8건 가운데 6건에서 브렉시트 찬성 지지가 반대 지지보다 3~7%포인트 높게 나왔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18일 현재 브렉시트 찬성이 47%, 반대가 43%다. 부동층은 평균 9%로 파악됐다.

여론조사들에 비춰보면 현재 표심은 브렉시트 찬성 쪽으로 기운 모습이다.
그러나 여론조사업체 입소리 모리의 벤 페이지 대표는 사견임을 전제로 "초접전 결과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비해 여론조사 결과를 포함해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베팅업체들은 여전히 영국의 EU 잔류를 높게 보고 있다.
베팅정보사이트 오즈체커에 따르면 유럽에서 브렉시트 종목을 개설한 베팅업체 20곳이 모두 잔류보다 탈퇴에 높은 배당률을 제시했다. 18일 현재 EU 탈퇴 가능성이 평균 40%로 집계됐다.
최대 베팅업체인 베트페어(Betfair)는 EU 잔류 가능성을 18일 현재 65%로 제시했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투표일을 7일 앞둔 지난 16일 EU 잔류를 지지해온 영국 노동당 조 콕스 의원(41)이 52세 남성에 의해 피살돼 영국 사회가 충격에 빠지는 사건이 불거졌다.

범인이 범행 직전 극우단체들에서 사용되는 구호 '영국이 먼저'(Britain First)를 외친데다 극우성향 단체를 지지했던 것으로 보도돼 브렉시트 대립과 연관된 사건이라는 추측들이 퍼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브렉시트 찬반 유세가 18일까지 완전 중단되는 상황을 맞았다. 막판 표심이 움직이는 시간에 치열한 여론전이 멈춰 선 것이다.

특히 콕스 의원의 피살로 EU 잔류로 표가 결집될 수 있다는 전망을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은 총격 테러가 영국의 EU 잔류에 유리할 것으로 보면서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애초 잔류 진영 측은 막판에 부동층 사이에서 '현상 유지' 심리가 강해질 것이으로 은근히 기대했다.
지난 2014년 9월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의 전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전문가들은 콕스 의원 피살 사건으로 이전보다 더욱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살 사건 이후에 실시된 여론조사들이 나온다면 표심의 변화를 가늠해볼 수 있겠지만 "투표소에서 마음을 정하는" 막판 부동층을 고려하면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투표는 23일 오후 10시 종료된다. 초박빙이라면 결과는 24일 아침 무렵에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판 양적완화’에 반대하고 나섰던 한국은행이 2일 입장을 바꿨다. 지난달 29일 처음 ‘반기’를 든 것부터 치면 사흘 만이다.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에 한은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정부의 거듭된 요청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긴 했지만, 한은이 사실상 ‘백기투항’한 셈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오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로 떠나기 직전 이 같은 발언을 했다. 같은 총회에 참석하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 총재가 프랑크푸르트 현지에서 만나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과 관련한 전격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지도 주목된다.

이 총재는 출국 직전 열린 집행간부회의에서 “기업구조조정은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고 말했다. 이어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TF)에 참여해 관계기관과 추진 방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특히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관련해 대외발언을 할 때는 관계기관이나 일반 국민이 오해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한발짝 물러남에 따라 향후 정부와 한은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한국판 양적완화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와 한은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국책은행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재정과 중앙은행이 가진 정책 수단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한발 더 나아가 중앙은행이 상황에 따라 전통적 역할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차관은 “정부든 중앙은행이든 상황 변화에 따라 전통적 역할이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충분히 고려를 해야 할 것”이라면서 “중앙은행의 역할이나 정책 수단과 관련해 과거와 다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은 4일 기재부와 한은, 금융위원회 등의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한 TF 회의에서 윤곽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증시가 투자자들에게 끊임없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기간조정을 밟으며 저가매수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가격조정을 염두에 두고 주식을 일단 처분할 것인지 판단 하라는 게 현재의 국면이다. 어느 쪽이 됐건 피곤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일단 속도는 느릴 지라도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글로벌 투자심리의 무게추가 여전히 위험자산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상승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심리의 가늠자로 볼 수 있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44달러를 돌파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원유시장을 둘러싼 잡음은 여전하나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 수요 모멘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인 측면에서 비OPEC 국가들의 감산 등에 따른 수급균형 기대감이 보다 우세하게 작용하며 국제유가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시키는 모습"이라며 "원유선물 시장 내 비상업적 순매수 포지션이 지난 한주에만 16% 가량 증가하며 지난해 6월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구리, 금, 은 등 원자재에 대한 투기적 거래의 매수우위 상황도 이어지며 상품시장의 추가적인 강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및 신흥국의 경기개선 조짐도 주목할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은 수출 증가 및 고정자산 투자 확대 등 실물지표 호전에 힘입어 경착륙 우려가 완화된 데다, 재정정책 효과 가시화와 투자사이클 회복구간 진입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신흥국 역시 경기개선의 시그널이라 할 수 있는 금속가격 및 호주달러가 반등세를 이어가며 경기 턴어라운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위험자산 선호심리 우세와 신흥국 증시의 상대적 강세 국면이 좀 더 연장될 것이란 지적이다.

반면 현재 국면을 조정 초입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와 유가 상승이 이뤄지고 있는 건 사실이나, 그 폭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국내 증시의 상승을 이끈 건 달러와 엔화에 비교한 원화가치 약세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인데, 이 요인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영교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강세를 보이는 업종군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이런 변화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여전히 철강, 기계 업종은 수익률 상위에 머물러 있지만 에너지, 화학 업종은 순위가 크게 밀렸다"며 "그 자리를 필수소비재, 화장품∙의류 등 경기둔감 업종 및 성장주 비중이 높은 업종들이 채웠고 은행업종이 수익률 상위에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민감 업종이 2월 이후 상대적으로 우월한 성과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로 꼽히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환율효과가 희석되고 있다"며 "4월 말을 지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강세론과 약세론 모두 나름대로 근거가 있어 판단이 쉽지 않은데, 일단은 시장 분위기에 순응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새벽 미국 기준금리에 대한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졌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현행 0.25~0.5%로 동결하기로 했다. 경기지표가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고 낮은 물가상승률과 글로벌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6월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단서를 내놓지 않았지만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좀더 긍정적으로 변했고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3.45포인트(0.16%) 상승한 2095.15를 기록했다. 장초반부터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상승세로 전환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51.23포인트(0.28%) 오른 1만8041.55로 마감했다. 반면 나스닥종합지수는 25.14포인트(0.51%) 하락한 4863.14로 거래를 마쳤다. 

오는 19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통위원회(이하 금통위)가 9개월째 동결한 기준금리(연 1.50%)에 변화를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이 '한국형 양적완화'를 주장하는 가운데 주요 경제지표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점도 우리 수출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20대 총선 이후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정책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카드도 예상된다.


◆한국판 양적완화 주장…'한은 흘려들을 수 있을까?'

채권 및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비둘기파로 해석되는 신임 금통위원 위촉과 함께 여당이 “한국판 양적 완화”로 불리우는 총선 공약 등을 내세우고 있어 추가 완화 조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선진국형 양적완화와는 달리 자금지원 개념으로 풀이할 수 있다. 즉 주택담보대출증권이나 산업은행의 기업구조조정 채권을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바탕으로 사들이는 방식이 거론된다.

현행법상 한은이 이들 증권과 채권을 인수하려면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정부의 빚 보증으로 국가채무가 늘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법을 고쳐 한은이 직접 이를 인수하게 하자는 것이다.

선진국은 전통적인 통화정책에서 정책금리를 더 이상 인하할 수 없는 제로금리 상황이 돼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양적완화를 시행중이다. 대외 시장에서는 한국이 아직 인하할 금리 여력이 있는 국가로 간주하고 있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통위 내부에서 통화정책의 효과에 대한 논란과 함께 구조개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정부가 선거 이후 실제로 구조조정과 재정지출을 단행할 경우 정책 효과 차원에서 금리인하 기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경제 지표 개선세 미약, 추경 편성 가능성 높아져

3월 수출, 2월 생산 등 주요지표는 시장의 예상치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는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신제품의 이른 출시에 따른 일시적 영향이란 설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2% 감소한 430억달러를 기록하면서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매달 두 자릿수 감소세에서 한 자릿수로 줄은 배경에는 신형 스마트폰 수출이 늘어난데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수출은 3월 중 감소폭이 줄어들었으나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로 단기간에 부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2월 전체 산업생산도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반도체 수요 확대로 한달 만에 반등했다. 한달 전인 1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2% 감소한 바 있다. 소비와 투자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8% 줄며 1월(-1.3%)보다 감소폭이 커졌고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6.8%나 줄었다. 

지난 2월 25일 1241원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뒤로 밀리면서 3월 31일 1140.50원까지 떨어졌다. 원화 가치 상승으로 자동차 등 환율 민감 업종의 수출에도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20대 총선 이후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추경 편성도 주목할만하다. 지난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추경편성과 이주열 한은 총재의 기준금리 인하가 비슷한 시기에 이뤄졌다는 것을 감안할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추경예산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곳은 없지만 총선 이후 추경 편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입장도 최근 재정정책에 대해 보다 완화적인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진단했다. 

주요 외신들이 13일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탄생한 데 주목하면서 이번 선거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번 총선 결과엔 높은 청년실업률, 수출 감소, 가계빚 증가 등에 대한 불만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선거가 대통령에게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국회에서 다수당의 위치를 점하지 못하게 됐다"며 "지체되고 있는 박대통령의 경제 개혁 정책들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전했다.

WSJ는 "한국에서는 정치 권력과 정책 입안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돼왔다"면서도 "(전과 달리) 남은 대통령의 임기 동안 대통령의 경제 규제 완화와 노동 개혁 정책이 위태롭게 됐다"고 했다.

BBC 방송도 이날 박대통령의 정당이 국회 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BBC는 선거에 앞서 새누리당이 다수당이 될 것이라 보도했지만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이 같이 전했다.

BBC는 "집권 여당이 국회 내 다수당이 되지 못한 것은 그간의 국정이 국회 내 교착상태로 인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임기가 20여달 남은 시점에서 대통령은 국회가 그의 노동과 경제 개혁을 돕기를 바랐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정부가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이번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패배했다고 분석했다. 높은 청년실업률, 수출 감소, 높은 수준의 가계 빚을 원인으로 꼽았다.

BBC는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 완화, 좌파 정당 탄압, 높은 실업률과 가계 부채 증가 등에 대한 불만이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박근혜 대통령의 강경 대북 정책이 유권자들을 흔들지 못했다"며 "경기 침체가 그 원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지난 2월 최고점을 기록했고 수출은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며 "가계 부채 또한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이번 총선 결과가 논쟁이 된 대통령의 경제 개혁을 위협하고 차기 대선도 망치게 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코데즈컴바인 암초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넷마블 등 유망기업 코스닥 상장 유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관리종목이 희박한 유통물량 탓에 주가가 열흘 새 6배나 오르며 한때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르는 이상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나스닥 등 선진시장에 한참 뒤처진 코스닥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어서 코스피와 코스닥 가운데 상장시장을 저울질하고 있는 '차세대 유망기업'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코스닥시장에서 코데즈컴바인 주가는 하루 동안 50%를 웃도는 극심한 널뛰기를 보인 끝에 전날보다 9500원(6.29%) 내린 14만160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장중 주가가 최고 22% 상승했지만 종가 기준으론 11거래일 만에 하락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거래소는 이날 정규시장 종료 후 지난 15일 예고했던 투자위험종목 지정과 하루 거래정지 등 시장조치를 취소했다.

현행 거래소 규정상 투자위험종목 지정은 투자경고종목 지정일 5일 뒤 주가가 60% 이상 오르고, 종가가 최근 15거래일 중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이뤄진다. 코데즈컴바인의 16일 종가는 투자위험종목 지정이 이뤄진 지난 9일 종가보다 60% 이상 상승했지만 15일 종가보다는 내려간 상황이다. 전날보다 17.1% 급락한 12만5000원에 거래를 시작한 코데즈컴바인은 장중 한때 18만4100원까지 뛰어오르며 카카오를 누르고 '코스닥 시총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거래량은 61만8996주, 거래대금은 1017억원으로 올 들어 가장 많았다. 정체 모를 투자자들 사이에서 '폭탄 돌리기'가 활발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최경수 이사장의 주재하에 대책회의를 열고 불공정거래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코데즈컴바인의 이상 급등 때문에 코스닥 지수에서 착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라성채 한국거래소 정보사업부장은 "코스닥지수는 시장에 속한 종목들의 전체적인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일부 종목이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인다고 해서 이를 인위적으로 배제시킬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지수 외에도 '코스닥150'이라는 상품용 지수가 별도로 있다"며 "이 지수는 실제로 유통되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는 '유동시가총액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코데즈컴바인처럼 유통물량이 적은 종목이 급등락해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코스닥지수가 아닌 코스닥150 등 상품지수를 추종하므로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데즈컴바인 사태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관리종목이 열흘 새 주가가 6배나 오르면서 한때 시가총액 2위까지 치솟았다는 점은 코스닥 시장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데즈컴바인을 보면 과연 코스닥시장이 투자자에게 안정성을 담보해줄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올해도 적자를 내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회사가 일시적으로라도 시총 2위까지 올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어느 정도 돈만 갖고 마음만 먹으면 시가총액 2위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코스닥은 역설적으로 투자하면 안 되는 시장이라는 인식을 투자자에게 심어줄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넷마블 유치에 나선 코스닥시장본부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코스닥시장본부는 애플,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등 대형 기술·바이오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나스닥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시가총액이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오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게임회사 넷마블을 상장시키기 위해 유가증권시장본부와 경쟁하고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게임주와 바이오주의 평균 밸류에이션이 유가증권시장본부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상장할 증시를 고를 때 해당 증시의 밸류에이션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지만 그 증시가 가지는 위상도 따지기 마련"이라며 "코스닥시장이 '작전세력의 놀이터'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상장을 앞둔 대형 기업들의 마음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15~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3월 중순은 글로벌 증시는 물론 국내 증시에도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FOMC에서 미완의 글로벌 정책공조를 보완하게 될지 각국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의 촉각이 곤두서있다. 국내증시도 재닛 옐런 Fed 의장이 시장에 어떤 신호를 줄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FOMC가 코스피 2100선을 향하기 위한 ‘마지막 고비’라는 말도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
▶지금까지는 아쉬웠던 3월, FOMC에 달렸다=주요 증시가 정책기대감을 빠르게 선반영한 탓에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와 일본은행(BOJ)의 금융통화정책회의(금정위)를 통한 글로벌 정책공조에 대한 기대감은 많이 사그라들었다.

15일 BOJ는 금정위에서 기준금리를 마이너스(-)0.1%로 동결했고 경기판단은 후퇴했다. 금융정책은 효과를 잃어가고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ECB의 파격적인 양적완화와 금융정책에 대해 일부 증시 부양효과는 있었지만 정책수단의 소진이라는 측면에서 우려도 이어졌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ECB의 양적완화나 BOJ의 금리동결 자체는 올 들어 정책 체감효과가 떨어진 상태였고 핵심인 미 달러가치의 방향과 관련해 유의미한 이벤트는 아니었다”며 “BOJ와 ECB의 역할은 올해글로벌 자금흐름의 위험자산 선호 지속성과 관련해 크게 영향력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공은 Fed로 넘어왔다. 각국 증시는 FOMC 회의를 앞두고 관망세로 돌아섰다. 15일 코스피 지수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전날보다 0.12% 하락했다.

▶Fed 성명, 4가지 경우의 수=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은 Fed의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각각 42%와 76%로 가장 높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동결과 온건한 통화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 경제성장에 대한 위협요인이 진정됨에 따라 Fed 정책기조가 비둘기파적인 성향 쪽으로만 치우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소재용ㆍ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FOMC의 선택은 3월에 금리 동결을 결정하되, 옐런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를 계속해서 피력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봤다.

결국 옐런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는 시그널에 달렸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문제는 성명서 내용”이라며 “4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연준의 입장이 중요하며, 4월 금리인상을 명시적으로 배제하거나 ‘글로벌 경제와 금융 환경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는 1월 성명서 문구를 남겨두는 경우는 호재로 해석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성명서에 4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다고 직접 명시 ▷1월에 추가됐던 글로벌 경제와 금융 환경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는 문구를 남겨둘 경우 ▷상기 금융 환경 관련 문구 삭제 ▷4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논의하겠다는 문구 추가 등 4가지 경우의 수를 제시했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낙관적 결과이며 세번째와 네번째는 비관적 결과라는 해석이다.

곽현수 팀장은 “현재로서는 70% 정도로 낙관적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금리인상 3가지 시나리오, ‘2100선 상승여력 있다’=그러나 낙관적인 경우라도 국내 증시의 빠른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 곽 팀장은 “FOMC에서 낙관적인 결과가 나와도 상승보다 경기를 확인하는 점진적인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4월 금리인상 논의가 나오면 글로벌 증시는 지금의 반등폭을 반납할 것이란 전망이다.

예상되는 금리인상 시나리오는 6월 인상론이 가장 유력하다. 이밖에 ‘하반기 중 금리인상’과 ‘금리인상 내년 연기’도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6월 금리인상 전망과 관련해 곽현수 팀장은 “5월까지는 국내 증시가 안도랠리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해 9월 FOMC 이후 장세와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이고 당시 코스피는 장중 2060포인트 선을 돌파했다”고 강조했다.

이상재 팀장 역시 “금리인상으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은 과도한 해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로 금리인상 시점을 예상보다 늦추는 경우 증시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곽 팀장은 “지난해 3월 FOMC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다고 명시한 이후 코스피는 장중 한때 2190포인트에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내년 금리인상 지연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크게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팀장은 “내년 연기 시나리오는 지난해 말 점도표로 제시한 4차례 금리인상 만큼이나 반대방향에서의 기폭제가 되면서 위험자산(주식)에 대한 가파른 확대로 연결된다고 본다”며 확률이 매우 낮을 것으로 봤다.

곽현수 팀장은 “3월 FOMC만 무난히 지나면 2000포인트 돌파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글로벌 경기 개선 여력 감안 시 길게 보면 2100포인트까지는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 이번 주가 마지막 고비”라고 강조했다.

▶투자전략, ‘매수기회’ 수출주 비중확대=3월 Fed의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도 점차 회복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FOMC 이후에도 매수전략을 유지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Fed의 통화정책이 ECB와 BOJ의 정책입장과 결합돼 금융스트레스 완화에 기여하고 이는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 이라며 “최근 3년간 유가증권시장에서 확인된 금융스트레스 지수와 외국인 순매수 관계가 밀접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6개월 기준 금융스트레스 지수와 외국인 순매수의 상관계수는 0.81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금리인상이 3월 이후로 연기되면 단기적으로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되고 코스피도 추가 상승여력을 확보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위험자산 선호 환경을 감안해 업종을 고르면 관심대상은 경기에 민감한 수출주가 될 수 있다”며 “미국 금리인상 연기는 신흥국 경기모멘텀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환율도 수출주에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박석현 연구원 역시 달러화 가치의 안정적 흐름은 신흥국 통화가치 회복의 연장으로 이어지며 신흥국 자산 및 원자재 가격 회복세 지속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는 “상반기 국내증시 강세흐름 지속을 주도하게 될 글로벌 유동성 위험자산 선호 성향은 추세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코스피의 간헐적인 조정국면은 매수기회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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