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진행됩니다. 브렉시트란 영국(Britain)과 출구(Exit)의 합성어로 ‘영국의 EU 탈퇴’를 일컫는 말입니다. 여론조사는 탈퇴해야 한다는 이들이 남아있어야 한다는 이들보다 조금 더 많은 상황. 지난 16일 영국 노동당의 조 콕스 하원의원이 살해당했습니다. 콕스 의원을 살해한 범인은 범행 당시 ‘영국이 먼저’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합니다. 브렉시트 찬성파들의 구호입니다. 콕스 의원 피살 이후 영국에서는 국민투표 연기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브렉시트 가능성이 옅어졌다는 진단도 있죠. 한국투자증권이 지난달 31일 발행한 ‘마켓 이슈: 브렉시트 총정리’ 보고서와 그간 경향신문 보도를 중심으로, 국민투표를 앞두고 꼭 알아둬야 할 브렉시트 이슈를 정리해봤습니다.

조 콕스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글. 16일(현지시간) 남편과 두 아이들이 ‘EU잔류’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템스강에서 고무보트를 ‘템스강 전투’ 남편·아이들 사진과 마지막 메시지 조 콕스는 16일 트위터에 “남편 브렌던과 두 아이들이 ‘템스강의 전투’에 참여했다. 우리는 ‘EU 잔류’를 지지한다”는 글과 함께 가족들이 템스강에서 보트를 타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이날 템스강에서 EU 탈퇴파와 잔류파가 충돌한 사건은 소셜미디어에서 ‘템스강의 전투’로 불렸다. 조 콕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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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 왜 EU를 떠나려하나?

사실 브렉시트와 유사한 일들은 과거에 몇 번 있었습니다. 1975년 영국의 집권당이었던 노동당은 EU의 전신 ECC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추진했고 영국 시민 67% 지지를 얻어 잔류가 결정됐습니다. 또 지난해 그리스 치프라스 총리는 공약으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내걸어 집권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리스의 경우, 경제위기에 직면했지만 유로존 단일통화권에 묶인 탓에 자유롭게 통화정책을 펼칠 수 없었던데다, EU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그리스 국민들이 늘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브렉시트 이슈는 영국 보수당이 공론화시켰습니다. 2015년 총선을 앞두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017년까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점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습니다. EU의 재정악화가 심화되면서 영국이 내야 할 EU 분담금 부담이 커지자, 더 이상 EU에 남아 있는 것은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거죠. 지난해 영국에 할당된 EU예산 규모는 140억7000만유로, EU 28개국 중 4번째로 부담율이 높습니다. EU가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EU내 금융업 감독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금융강국 영국에는 부담이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영국으로 이주해오는 가난한 동유럽인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복지비용이 증가하고 자국민의 취업기회가 감소한다는 ‘반이민 정서’도 브렉시트를 부추겼습니다. 시리아 난민문제, IS 테러 위협이 겹친 것도 또 하나의 요인입니다.

자료: 한국투자증권


2015년 총선에서 캐머런 총리의 보수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브렉시트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11월 캐머런 총리는 ‘EU 회원국 지위 조정을 위한 요구사항(영국의 EU잔류 요구 조건)’을 EU 상임의장에게 전달합니다. 대략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국은 유로화 사용 국가를 대상으로 내려진 EU의 금융·거시 경제 안정화 조치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영국과 같은 비유로화 국가의 금융기관은 유로화 국가 기준의 금융안정성 규제를 이행할 의무가 없다.
*EU조항에 대해 역내 국가 의회의 55%가 반대할 경우, EU조항에 대한 재논의가 가능하다.
*EU조약에서 ‘어느 때보다 긴밀한 연합EU-Close Union이라는 구문은 영국에 적용되지 않는다.
*(동유럽에서 온 이주민 처럼) 역내 이주민의 자녀가 영국 외 본국에 머물고 있는 경우, 양육수당을 해당 본국의 생계비에 맞춰 재산정한다. 역내 이주민의 복지 혜택은 이주 후 첫 4년간 제한된다. 등등



지난 2월 EU정상회의는 브렉시트 저지를 목표로 영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습니다. 하지만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영국 보수당 공약대로 진행됐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어떤 시나리오?

영국은 투자자들에게 ‘영어문화권’, ‘고도화된 인프라’, ‘숙련된 노동력’, ‘EU시장으로의 접근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왔습니다. 일단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에 투자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의 직접투자 규모는 1조 파운드에 육박하는데 EU국적의 자금이 상당합니다. 해당 자금이 영국 FD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48%. 영국과 EU관계에서 변화가 발생한다면 해당 자금은 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죠



인력유출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런던은 세계 주요 금융회사와 회계법인, 컨설팅 회사들이 몰려있는 특별행정구역 ‘더 시티’가 지정돼 있죠. 이곳에는 8만명의 EU국적 소지자가 있는데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이들은 더이상 복지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됩니다. 영국에서 EU 시장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글로벌 기업의 인력들이 영국에서 EU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죠. 프랑스 파리는 영국 런던에서 이탈하는 금융인력을 받아들이겠다며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합니다. 자신들이 브렉시트 이후 ‘넥스트 런던’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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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하면 어떤 시나리오?

영국 재무부는 지난 4월 브렉시트와 관련해 비용편익 분석에 나섰습니다. 결과는 영국의 GDP가 브렉시트 발생 15년 이후에 기존보다 3.8~7.5%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죠.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은 EU 단일시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됩니다. 영국이 EU시장과 거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무역협상을 진행해야 합니다. 크게 세가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유형의 EEA(유럽경제지역), 스위스 유형의 쌍무협정, 마지막으로 WTO 기준을 따르는 방법입니다. EEA에 가입하면 일부 거래에 대해 무관세가 되지만 여전히 자유로운 인구 이동을 용인하고 EU예산에 대해 일부분을 부담해야 합니다. 이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추진한 명분과 상반되는 것이기에 영국이 EU회원국 지위를 유지했을 때와 비교해 부각되는 장점이 없습니다.

스위스 스타일의 쌍무협정은 EEA보다 불리합니다. 비관세 장벽 항목이 많고 영국에 특화된 금융산업에 대해 진입이 제한돼있습니다. 인구이동과 EU예산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기여를 해야 합니다. 반면 WTO기준을 적용하면 영국은 EU 출신 이민자와 EU 예산에 대한 부담은 더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무역개방도가 높은 영국에게 EU같은 거대 단일시장을 잃는 건 상당한 손실이죠. 당장 EU시장에서 영국산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는 제품수요 감소로 이어져 영국 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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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 내에서도 EU잔류와 탈퇴 입장이 갈립니다. 보수당 소속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에 반대하지만, 보수당의 보르스 전 런던시장은 브렉시트를 찬성합니다. 캐머런 총리는 EU정상회담에서 ‘영국의 EU잔류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졌다며 영국이 특별지위를 확보했으니 잔류하는 게 옳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은 탈퇴를 해도 EU와의 자유무역이 가능하고 런던의 금융회사들이 독립된 환경 속에서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노르웨이나 아이슬란드와 같은 형태의 EEA를 통한 교역이 영국에 더 유리하다는 겁니다.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1992년 창설된 영국 독립당도 브렉시트에 우호적입니다.

반면 1975년 EEC 탈퇴 국민투표를 진행했던 제 1야당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은 EU 잔류로 당론을 정했습니다. 제 2야당인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2년 내 스코틀랜드 독립을 위한 투표를 다시 실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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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거주하는 영국인들도 브렉시트에 반대가 압도적입니다. 영국이 EU에 속했을 때는 역내에서 영국 의료보험을 사용할 수 있었고, 별도의 거주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었지만, EU에서 탈퇴할 경우 이런 이점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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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어떤 영향?

한국 증시도 브렉시트에 부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험 회피 심리 강화로 외국인이 투자한 투자금이 유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영국계 투자자가 한국 등 신흥국 시장에서 발을 빼고 보다 안정적인 선진국 시장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지요. 브렉시트가 확정되면 파운드/달러 환율도 하락하고, 영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EU의 유로화도 동반 약세를 보일겁니다. 파운드화와 유로화가 동반약세를 보이면 달러 강세가 촉발될 수 있습니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이 스코틀랜드의 독립투표 이슈를 재점화 시키고,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EU 탈퇴 여론이 조성되면서 EU의 존속을 위협할 경우,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같은 신흥국 경제가 휘청거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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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역할 어떻게?

그렉시트, 브렉시트뿐만이 아닙니다. EU내에서 EU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면서 EU 존립의 문제로 확대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4월4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EU 10개 회원국 1만4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EU를 호의적으로 바라본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51%. EU에 호감을 느끼는 비율은 10년 새 급락했고 거의 반 토막 난 국가도 있습니다. EU회의론이 급격하게 대두된 것은 2012년 유로존 악화로 시작된 경제 위기와 2015년에만 중부 유럽에 100만명 이상의 난민이 몰리는 등 난민 문제가 주요 원인이 됐습니다.

28개국으로 구성된 EU는 공동체의 상징이자 다자협력, 지역통합의 모범적 모델로 여겨져 왔습니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면 유럽공동체주의의 균열이 불가피합니다. 유럽통합은 유럽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1950년대부터 꾸준히 전개됐으며 영국도 비록 정치통합에서는 다른 나라와 속도 차이를 보였지만 경제통합에는 적극적이었습니다. 브렉시트는 이런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EU는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얀 지엘론카 영국 옥스퍼드대 유럽정치학 교수는 EU가 “강한 유럽 기구를 거느린 긴밀한 연합을 만들겠다는 야심은 포기하고 다양성과 복수성(複數性), 탈중심주의를 포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마지막에 링크된 경향신문과 얀 지엘론카 교수의 이메일 인터뷰를 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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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는 찬성 우위 vs 베팅업체는 반대 우위

EU 잔류 지지 의원 피살로 유세 중단…표심 영향 주목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찬반을 묻는 영국 국민투표가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국민투표는 1975년 유럽경제공동체(EEC·EU 전신) 찬반 국민투표 이후 41년 만에 이뤄지는 영국의 선택이다.
브렉시트 찬성으로 귀결되면 영국발(發)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에 국제 금융시장에는 긴장감이 고조돼 있다
국제금융시장에 불어닥친 충격파는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전 세계가 시선을 집중하며 영국 내 브렉시트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국제 금융시장은 표심 움직임에 따라 동요하기 시작하는 등 이미 영향권에 진입했다.
10주에 걸친 찬반 투표 운동의 막바지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투표 결과는 예측 불허 상태다.

오즈체커 홈페이지 캡처
올해 초만 해도 EU 탈퇴를 놓고 '설마'하는 인식이 많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탈퇴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6월 23일을 국민투표일로 정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깔렸다.
그러나 찬성 여론이 확산하더니 1개월 전 무렵에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근소하게 우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어 찬반이 팽팽한 조사들에 이어 지난주부터 찬성이 우세한 조사들이 잇따랐다. 표심이 '찬성' 쪽으로 쏠리는 일정한 패턴으로 해석됐다.
투표 10일 전인 13일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 8건 가운데 6건에서 브렉시트 찬성 지지가 반대 지지보다 3~7%포인트 높게 나왔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18일 현재 브렉시트 찬성이 47%, 반대가 43%다. 부동층은 평균 9%로 파악됐다.

여론조사들에 비춰보면 현재 표심은 브렉시트 찬성 쪽으로 기운 모습이다.
그러나 여론조사업체 입소리 모리의 벤 페이지 대표는 사견임을 전제로 "초접전 결과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비해 여론조사 결과를 포함해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베팅업체들은 여전히 영국의 EU 잔류를 높게 보고 있다.
베팅정보사이트 오즈체커에 따르면 유럽에서 브렉시트 종목을 개설한 베팅업체 20곳이 모두 잔류보다 탈퇴에 높은 배당률을 제시했다. 18일 현재 EU 탈퇴 가능성이 평균 40%로 집계됐다.
최대 베팅업체인 베트페어(Betfair)는 EU 잔류 가능성을 18일 현재 65%로 제시했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투표일을 7일 앞둔 지난 16일 EU 잔류를 지지해온 영국 노동당 조 콕스 의원(41)이 52세 남성에 의해 피살돼 영국 사회가 충격에 빠지는 사건이 불거졌다.

범인이 범행 직전 극우단체들에서 사용되는 구호 '영국이 먼저'(Britain First)를 외친데다 극우성향 단체를 지지했던 것으로 보도돼 브렉시트 대립과 연관된 사건이라는 추측들이 퍼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브렉시트 찬반 유세가 18일까지 완전 중단되는 상황을 맞았다. 막판 표심이 움직이는 시간에 치열한 여론전이 멈춰 선 것이다.

특히 콕스 의원의 피살로 EU 잔류로 표가 결집될 수 있다는 전망을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은 총격 테러가 영국의 EU 잔류에 유리할 것으로 보면서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애초 잔류 진영 측은 막판에 부동층 사이에서 '현상 유지' 심리가 강해질 것이으로 은근히 기대했다.
지난 2014년 9월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의 전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전문가들은 콕스 의원 피살 사건으로 이전보다 더욱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살 사건 이후에 실시된 여론조사들이 나온다면 표심의 변화를 가늠해볼 수 있겠지만 "투표소에서 마음을 정하는" 막판 부동층을 고려하면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투표는 23일 오후 10시 종료된다. 초박빙이라면 결과는 24일 아침 무렵에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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