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이 연초에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로는 8년 만에 최저수준이다. 나라 밖으로는 미국 금리인상, 안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 탓에 소비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수출과 투자가 개선 조짐을 보이는 것은 희망적이다. 경기 불씨를 살리기 위해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도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지표 엇갈렸지만 


한은은 13일 금통위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7년 경제전망’을 확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작년 10월에 전망했던 성장률 전망치 2.8%를 2.5%로 내린다”며 “그동안 대내외 여건이 급속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미 대선 이후 시작된 시중금리 상승과 미 달러화 강세,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 등을 악재로 꼽았다. 그는 특히 “민간 소비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둔화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주된 (성장률) 하향 원인”이라며 “소비심리 위축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12월 백화점·할인점 매출이 전년 동월보다 늘어났지만 이 총재는 “정부 정책 효과로 당초 우려보다 괜찮았을 뿐 소비가 호조라고 평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를 떠받쳤던 건설투자 증가율도 작년 10.9%에서 올해 4.3%로 둔화될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다만 이 총재는 “집값의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금융자산에 버블(거품)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연말 ‘플러스 성장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초 3.2%에서 석 달마다 매번 하락했다. 이번 전망치 2.5%는 LG경제연구원(2.2%), 현대경제연구원(2.3%) 등 민간 연구소보다 높지만 정부 전망(2.6%)보다는 낮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을 올해보다 조금 나아진 2.8%로 제시했다. 2015년(2.6%)부터 4년 연속 3%를 넘지 못하는 셈이다.


암울한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경제가 살아나면서 상품수출 증가율이 작년 0.9%에서 올해 2.4%로 높아질 것으로 한은은 진단했다. 부진하던 설비투자도 올해 2.5%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경고했던 작년 4분기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소폭의 플러스 성장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했다.


◆“금리 올릴 시점 아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25%로 7개월째 동결했다. 미 금리 인상에 시동이 걸렸지만 금통위는 신중하게 지켜보자는 태도다. 금통위는 의결문에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해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을 것이므로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표현을 추가하기도 했다.


국제 유가 오름세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1.0%에서 올해 1.8%로 오르겠지만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2.0%)보다는 낮을 것으로 진단했다. 경기가 부진한데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한국이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강조해왔다”며 “당분간 완화 기조를 유지하며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이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는 대신 내수 지표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화정책이든 재정정책이든 무작정 동원하기보다는 일단 두고볼 때라고 당국은 분석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경기회복 부진하지만 '금융시장 안정 우선' 판단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1.5% 수준으로 8개월째 동결됐다.

한은은 1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본관 회의실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 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2014년 8월과 10월, 작년 3월과 6월에 각 0.25%포인트씩 내린 이후 8개월째 연 1.5% 수준에 머물게 됐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은 경기회복세가 부진하지만 흔들리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이어가고 연초부터 소비 절벽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로 국내 경기가 부진하지만 이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엔 국내외 금융시장의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리며 시중에 자금을 풀었지만 국내 경기는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늘어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방침을 시사하자 국내 금융시장에선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추가 금리 인하가 효과 없이 '버블(거품)'만 키울 것이란 반론도 강하게 제기돼 왔다.

최근 중국 경기의 경착륙 우려에 이어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은 급등락을 거듭하는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경기만을 의식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면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이 가속화해 시장의 불안감만 부추길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금융시장 안정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부진한 경기 상황 때문에 갈수록 커지는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가 한은의 고민거리로 남게 됐다.

앞으로 국내경기의 부진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한은은 올 4월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 밑으로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시장에선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날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있었는지,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통위 직후 개최하는 기자회견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를 보면 향후 한은의 대응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발표로 글로벌 환율전쟁이 재점화됐고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 가능성이 커졌으므로 한은도 경기방어를 위한 통화정책이 필요한 시기"라며 "소수의견이 나올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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