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로 직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 관련 연구기관장과 경제동향간담회 자리에서다. 이 총재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렸지만 국제 금융시장은 물론 국내 금융시장도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무디스도 우리나라의 기초경제여건을 높게 평가해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전에도 “미국과 한국의 금리 방향은 별개”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섣불리 금리 인상 신호를 시장에 보내기 어려운 환경 탓이다. 금리 인상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어렵사리 살아난 내수 회복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빚이 많은 가계와 기업의 부실 위험도 커진다.

 그러나 무작정 금리를 묶어 놓고 관망하기도 쉽지 않다. 그간 한은은 경기 부양을 위해 2014년 8월부터 금리를 네 차례 인하했다. 이제 방향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정책 금리 차는 1%포인트로 좁혀졌다. 한국이 현재 금리를 유지하는 동안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이 차이는 더 좁혀진다. 그만큼 자본 유출 우려는 더 커진다.

 변수는 또 있다. 정부와 한은의 물가 기조 변화다. 뛰는 물가를 잡는 게 아니라 지나치게 낮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게 목표가 됐다. 시중에 돈을 풀면 물가 상승에 도움이 된다.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이 총재는 내년에 한은이 금리를 낮출 것이란 시장의 관측을 일축했다. 그는 “일부 금리 인하 예상의 배경에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단일수치 물가안정목표 2%는 한은이 중기적 시계에서 지향하는 목표 수준으로 단기에 달성할 목표가 아니다”고 말했다. 11월 기준 1.0%에 머문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1.5%인 현 기준금리가 유지되고 금리 인상 논의는 하반기에나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자본 유출 우려가 크지 않고 유럽·일본·중국은 여전히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이 굳이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상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 조치가 한두 차례 이뤄져 한·미 간 금리 차가 더 좁혀지면 그 이후인 내년 7~8월께 한국도 금리 인상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기 회복이 더디면 금리 인상 시기도 더 늦춰질 수 있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정부와 한은은 내년 3%대 성장을 전망했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내년에도 3%대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올해처럼 2%대 저성장 흐름을 이어가면 내년 말에도 금리 인상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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