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민들은 또 다시 '위대한 고립'을 선택했다. 이날 치러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EU를 떠나기로 결정하면서다.

영 국은 유럽연합(EU)의 일원이면서도 자국 통화인 파운드화를 고집하면서 사실상 EU와 거리를 둬왔다. 전통적으로 대영제국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영국은 애초에 유럽 대륙과의 통합에 회의적인 면이 있었고,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하는 EU 체제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왔다.

EU의 뿌리는 1950년 독일과 프랑스가 맺은 유럽 석탄·철강공동체(ECSC)다. 이후 이탈리아·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등이 이 공동체에 참여했다. 1957년엔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 등 유럽 각지에서 여러 공동체가 출범했다. 이 세 기구가 통합돼 1967년 유럽공동체(EC)로 발전했다.

그러다 영국은 1973년 대영제국의 자존심을 꺾고 EU의 전신인 EC에 가입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영국의 유럽공동체 참여에 대한 여론은 분분했다. 이에 불과 2년 만에 집권 노동당 주도로 EC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당시엔 67.23% 대 32.77%로 잔류를 찬성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1993년 유럽단일시장 출범으로 경제통합이 심화하면서 정치통합 논의도 급물살을 탔다. 이후 EC 12개 회원국은 마스트리흐트 조약을 체결하고 1994년 1월부터 공식 명칭을 EU로 바꿨다. 명실상부한 유럽공동체가 탄생한 것이다.

1999 년에는 단일통화인 유로화가 도입됐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EU 회원 19개국을 '유로존'이라고 부른다. 이로부터 10년이 흐른 2009년 개혁 조약인 리스본조약이 발효되면서 또다시 정치 통합이 가속화됐다. 해당 조약에 따라 EU 의회는 예산을 포함한 약 90개 분야에서 이사회와 공동 결정권을 행사한다.

2013년 크로아티아가 합류하면서 EU는 현재 28개 회원국과 인구 5억명의 인구를 거느린 국내총생산(GDP) 18조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단일 시장으로 거듭났다.

그 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EU는 분열됐다. 특히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유로존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단일 화폐를 쓰기 시작하면서 자국에 경제 위기 상황이 발생해서 통화가치 조정을 통한 경기부양 등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2010년 그리스를 시작으로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이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하며 구제금융을 받았다. 2012년엔 스페인·사이프러스까지 위기가 번지며 유로존의 붕괴 위기까지 거론됐다.

영 국은 특히 반(反) EU 정서에 휩싸였다. 독일에 이어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EU 부담금과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실업률 상승했다. 영국 내 테러가 증가면서 극우세력도 활개를 쳤다. 이에 영국 국민들은 43년 만에 다시 EU를 떠나게 됐다.




영국이 끝내 유럽연합(EU)을 등지기로 했다. 유럽 통합체제 아래 약해진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대영제국'의 자존심이 23일(현지시간) 치른 국민투표에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는 영국의 미래는 물론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불확실성을 던져줬다. EU 탈퇴는 유례없는 일로 브렉시트의 향방을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英 반EU 정서 폭발…캐머런 '자충수'
영 국에서 최근 고조된 반 EU 정서는 유로존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EU 28개국 가운데 19개국이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이고 영국의 파운드화처럼 자체 화폐를 쓰는 나라는 9개국밖에 안 된다. 독일이 유로존 재정위기 대응을 주도하며 EU의 역할을 강조한 게 반감을 부추겼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영국이 EU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채 책임만 강요당했다고 불평한다.

탈퇴파는 특히 EU의 규제와 막대한 예산분담 책임, 역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 솅겐조약을 도마에 올렸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쟁점은 솅겐조약에서 비롯된 이주민 문제였다. 영국 경제가 비교적 탄탄한 편이지만 세계적인 저성장 여파로 부족해진 일자리와 복지예산을 한해 25만명에 달하는 이주민과 공유해야 한다는 불만이 고조됐다. 최근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 등지에서 발생한 테러와 난민사태가 이주민에 대한 반감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유럽 통합에 대한 영국의 삐딱한 태도는 뿌리가 깊다. 영국은 EU의 시초로 1951년 창설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에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았다. 영국은 ECSC에서 파생된 유럽경제공동체(EEC)에 1973년 가입했지만 2년 만인 1975년 EEC 잔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쳤다. 당시엔 67% 이상이 잔류를 선택했다.

집권 보수당 내에서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부터 영국이 유럽 통합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에 반대했지만 그의 각료 6명을 비롯한 보수당 의원 절반 가까이가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특히 캐머런 총리의 정치적 동지였던 보리스 존슨 전 영국시장이 탈퇴파 선봉에 섰다.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치르기로 한 건 당내 분열을 수습하고 영국 내 반 EU 정서를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었는데 결국 자충수가 됐다.

◇'브렉시트' 아무도 모른다
브 렉시트를 선택한 영국은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EU에 탈퇴 의사를 밝힌 뒤 2년 안에 다른 회원국과 탈퇴 조건 등에 대한 협상을 마쳐야 한다. 영국은 협상 중에 EU 조약과 법령을 따라야 하지만 의사결정권은 행사하지 못한다. 2년 안에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자동으로 EU 회원국 자격을 잃고 EU 체제 내에서 맺은 모든 협약의 효력이 중단된다.

캐머런 총리는 투표 전에 브렉시트 결정이 나면 즉각 EU에 통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사퇴 압력에 직면하면 지연될 수 있다. 영국 국영방송 BBC는 현실적으로 영국이 2년 안에 탈퇴 협상을 끝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EU 탈퇴는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브렉시트가 기술적으로 어떻게 실현될지는 두고 봐야 할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단연 경제다. 탈퇴파는 영국이 EU에서 벗어나는 게, 잔류파는 영국이 EU에 남는 게 더 잘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잔류파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하면 EU라는 거대한 단일시장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산하 연구소는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최악의 경우 영국 GDP(국내총생산)가 6.3-9.5% 줄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충격을 받게 되는 셈이다.

반 면 탈퇴파는 브렉시트를 통해 영국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EU 단일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가 속한 유럽경제지역(EEA)과 스위스 등 EU 구성원이 아니면서 시장 접근권을 얻은 국가들의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예산 분담, 규제 준수, 역내 이동의 자유 보장 등 EU에 대한 책임을 피한 채 시장 접근권만 갖겠다는 구상은 '망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 도 그럴 게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스위스가 EU 단일시장에 접근하면서 치르는 대가가 만만치 않다. 노르웨이의 경우 EU 예상 분담금이 영국의 80-90%에 이르고 EU 법률의 75%를 따라야 한다. EEA 회원국과 스위스 등 4개국은 모두 '솅겐 비자 자유여행구역'에 포함돼 사실상 EU의 역내 자유통행권 안에 있다.

영국이 EU를 떠나면 영국 연방국가들과 함께 다른 나라와 개별 협정을 맺으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주를 비롯한 영연방국가들은 오히려 영국을 발판으로 삼아 유럽대륙에 진출해왔고 개별 협상이 만만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은 브렉시트로 오히려 EU-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과 EU와 미국이 주도하는 포괄적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TTIP) 협정의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됐다.

◇EU "재협상 없다"…유럽 통합체제 붕괴 위기
EU의 입장도 강경하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2일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이후 재협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특히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하면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잃을 것이라고 했다.

브렉시트는 스코틀랜드의 독립 의지를 다시 자극할 수도 있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영국연방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치렀지만 55.3%가 반대해 분리독립이 좌절된 바 있다.

브 렉시트가 유럽 내 반통합 정서를 폭발시켜 EU 탈퇴 도미노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하면 유럽 대륙의 정치적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완전한 유럽 통합체인 '유럽합중국' 건설이라는 '유럽의 꿈'이 물 건너 가는 셈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가능성으로 금융시장이 극도로 혼란한 모습이지만 브렉시트의 충격은 이미 코스피에 상당히 반영됐다고 24일 평가했다.

과거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조됐을 때 코스피는 15% 내외의 급락이 발생했지만 브렉시트는 금융위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10% 내외의 하락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9일 장중 고점은 2035 대비 이날 장점 저점 1892까지 7% 정도 급락했다. 지난 9일 고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10% 하락한 1830 부근이 지지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코 스피 1830은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이 각각 9.4배와 0,83배 수준이다. 한요섭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이미 코스피는 상당부분 브렉시트 리스크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다음주 1차적으로 저점형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추가 하락 시 적극적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가 확정되더라도 과거 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금융위기가 아니라는 점과 함께 2년간의 완충시간을 통해 부정적인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편, 과거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조됐을 때 코스피는 평균 15%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3월 그리스 구제금융 따는 13% 하락했으며, 2011년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때는 23% 정도 하락했다. 이후 2012년 5월 유럽재정위기 때는 14%, 2015년7월 중국 경기우려 때는 14%, 2015년 12월 중국 경기우려와 유럽은행 위기 때는 9% 정도 하락했다.



"브렉시트는 환율과 유가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특히 올 상반기 이후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세계 경기를 안정시켰는데, 달러 강세로 유가가 다시 하락한다면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합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4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유가의 방향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높아진 브렉시트 가능성에 급락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간밤 미국과 유럽 증시가 급등한 것을 보면 시장은 영국의 잔류를 예상했었다"며 "예상 외의 결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투자심리가 더 나빠졌다"고 했다.

이어 "브렉시트로 영국 파운드화 가치 급락, 달러 강세 등이 예상된다"며 "달러 강세로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의 하락은 세계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이에 따라 여름을 전후로 예상했던 한국 수출의 반등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브렉시트가 세계 경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라며 "경기 영향이 적다면 시장은 조만간 안정을 찾을 것이고, 이는 유가의 방향에서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간이 갈수록 불확실성은 커질 것이다. 하반기 내내 불안감이 이어질 수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4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시장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브렉시트 확률이 높아지면서 투매가 나왔다"며 "곧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들이 봉합 수순을 밟을 것이기 때문에 투매 분위기에 동참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반등이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부정적 이슈가 이어지면서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에 대한 의심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 센터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지금은 시장 불안으로 미뤄질 수 있지만 때가 되면 또다시 금리인상 이슈가 불거질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의심이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시장이 흔들리면 투자자들은 결국 안전자산을 찾게 될 것"이라며 "하반기 내내 불안감을 갖고 시장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공포에 시장은 '검은 금요일'을 맞았다.

24일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이슈가 영국의 경제위축 수준으로 그칠 것인지 유럽 전체와 세계 시장의 충격으로 확대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제한적인 수준에서 그칠 경우 코스피지수 기준 1880선이 1차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의 이탈이 지난 그리스 등 남유럽 금융위기 때처럼 봉합될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시장 위기 때처럼 걷잡을 수 없게 번질지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 연구원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위안화 환율 마저 흔들릴 경우에는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 이후 예정된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다음 주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다. 결과에 따라서는 시장이 빠르게 진정세를 되찾을 수도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을지도 중요해졌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완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서 연구원은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겠지만, 오는 28일 예정된 EU 외교안보 관련 정상회담에서 어떤 대책이 나올 것인지에 따라 시장 방향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브렉시트 이후 실제 영국의 EU 탈퇴까지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각국의 정책 공조 여부가 가장 큰 변수"라고 덧붙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