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코데즈컴바인 암초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넷마블 등 유망기업 코스닥 상장 유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관리종목이 희박한 유통물량 탓에 주가가 열흘 새 6배나 오르며 한때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르는 이상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나스닥 등 선진시장에 한참 뒤처진 코스닥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어서 코스피와 코스닥 가운데 상장시장을 저울질하고 있는 '차세대 유망기업'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코스닥시장에서 코데즈컴바인 주가는 하루 동안 50%를 웃도는 극심한 널뛰기를 보인 끝에 전날보다 9500원(6.29%) 내린 14만160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장중 주가가 최고 22% 상승했지만 종가 기준으론 11거래일 만에 하락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거래소는 이날 정규시장 종료 후 지난 15일 예고했던 투자위험종목 지정과 하루 거래정지 등 시장조치를 취소했다.

현행 거래소 규정상 투자위험종목 지정은 투자경고종목 지정일 5일 뒤 주가가 60% 이상 오르고, 종가가 최근 15거래일 중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이뤄진다. 코데즈컴바인의 16일 종가는 투자위험종목 지정이 이뤄진 지난 9일 종가보다 60% 이상 상승했지만 15일 종가보다는 내려간 상황이다. 전날보다 17.1% 급락한 12만5000원에 거래를 시작한 코데즈컴바인은 장중 한때 18만4100원까지 뛰어오르며 카카오를 누르고 '코스닥 시총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거래량은 61만8996주, 거래대금은 1017억원으로 올 들어 가장 많았다. 정체 모를 투자자들 사이에서 '폭탄 돌리기'가 활발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최경수 이사장의 주재하에 대책회의를 열고 불공정거래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코데즈컴바인의 이상 급등 때문에 코스닥 지수에서 착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라성채 한국거래소 정보사업부장은 "코스닥지수는 시장에 속한 종목들의 전체적인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일부 종목이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인다고 해서 이를 인위적으로 배제시킬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지수 외에도 '코스닥150'이라는 상품용 지수가 별도로 있다"며 "이 지수는 실제로 유통되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는 '유동시가총액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코데즈컴바인처럼 유통물량이 적은 종목이 급등락해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코스닥지수가 아닌 코스닥150 등 상품지수를 추종하므로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데즈컴바인 사태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관리종목이 열흘 새 주가가 6배나 오르면서 한때 시가총액 2위까지 치솟았다는 점은 코스닥 시장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데즈컴바인을 보면 과연 코스닥시장이 투자자에게 안정성을 담보해줄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올해도 적자를 내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회사가 일시적으로라도 시총 2위까지 올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어느 정도 돈만 갖고 마음만 먹으면 시가총액 2위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코스닥은 역설적으로 투자하면 안 되는 시장이라는 인식을 투자자에게 심어줄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넷마블 유치에 나선 코스닥시장본부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코스닥시장본부는 애플,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등 대형 기술·바이오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나스닥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시가총액이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오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게임회사 넷마블을 상장시키기 위해 유가증권시장본부와 경쟁하고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게임주와 바이오주의 평균 밸류에이션이 유가증권시장본부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상장할 증시를 고를 때 해당 증시의 밸류에이션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지만 그 증시가 가지는 위상도 따지기 마련"이라며 "코스닥시장이 '작전세력의 놀이터'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상장을 앞둔 대형 기업들의 마음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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