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정책금리와 국채금리마저 대거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미국 노스다코타산 중질유 가격이 배럴당 -0.5달러로 떨어지는 기현상마저 나오면서 그야말로 마이너스 전성시대다.

◇ 마이너스 금리 "이례적 현상이 흔한 일로"

4일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지난 29일 일본은행(BOJ)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1%로 내리면서 전 세계 국채금리가 동시에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일본의 지표물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 0.044%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는 주요 7개국(G7) 국채 금리 중 최저다.

2년물과 5년물 국채금리는 이미 마이너스 상태다. 이들의 금리는 각각 역대 최저인 -0.189%, -0.148%까지 떨어졌다.

전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1.845%까지 떨어져 9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다. 10년물 금리는 주택 대출금리에서 회사채 금리까지 차입 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 금리다.

주요 53개국 중 10년물 금리가 마이너스인 곳은 스위스가 유일하다. 그러나 독일, 핀란드, 스웨덴 등 유럽 주요국들의 10년물 국채금리가 이미 0%대인 곳이 많아 마이너스 금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5년물과 2년물 국채금리는 이미 마이너스인 곳이 허다하다.

5년물이 마이너스인 국가는 일본과 유럽의 스위스,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핀란드, 벨기에, 프랑스, 체코, 스웨덴, 덴마크 등 모두 12개국이다. 전체의 23%가 이미 마이너스인 셈이다.

2년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인 경우도 일본을 비롯해 스위스, 스웨덴,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벨기에, 프랑스, 아일랜드, 덴마크, 라트비아, 체코, 슬로바키아, 스페인, 이탈리아,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터키,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21개국으로 전체의 40%에 달한다.

JP모건의 국채지수에 따르면 지수에 편입된 국채 중 4분의 1가량이 이미 마이너스 상태다. 마이너스 금리에 진입한 일본과 유럽의 국채 물량도 5조5천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는 전 세계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나라가 유로존,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일본 등 5개 경제권으로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GDP의 23.1%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돈을 맡기면서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자를 내야 하는 이례적 상황이 이제는 흔해졌다는 얘기다.

이처럼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하는 것은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로 안전자산인 국채로 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연초부터 이어진 중국 주가 급락, 유가 급락 등으로 안전선호 심리가 강해진 데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가 고꾸라질 조짐을 보이면서 국채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에 이어 일본마저 이례적 조치였던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면서 마이너스 금리 압박이 더욱 거세졌다.

◇ 물가 마이너스 국가, 2008년 이후 최대…성장률도 위험

금리 마이너스 시대는 경기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경기가 둔화한다는 것은 성장률이 하락하고, 물가 상승률이 낮아진다는 얘기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대로 가면 경기침체,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대로 가면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97개 국가 중 작년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는 그리스를 포함해 총 19개국(확정치 포함)이다. 2008년 이후 연간으로는 역대 최대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당시도 14개국에 그쳤다.

유가가 2003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유가는 현재 배럴당 3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2008년 기록한 역대 고점인 147.27달러에서 80%가량 폭락한 것이다.

올해는 사정이 좀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연초부터 경기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성장률 둔화세가 심상찮기 때문이다.

작년 말에 기준금리를 올렸던 미국마저 경기침체(리세션)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주 51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앞으로 2년 내 미국이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은 20%를 나타냈다. 이는 작년 12월 조사에서의 15%에서 상승한 것이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97개 나라 중 작년 GDP 증가율이 전년보다 낮아진 나라는 총 46개국으로 전체의 47%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절반가량의 나라가 성장률 둔화를 겪고 있다는 의미다.

작년 성장률이 마이너스대로 떨어진 나라도 97개국 중 6개에 달했다.

올해도 성장률이 전년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는 32개국으로 전체의 33%에 달할 전망이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나라도 작년과 비슷한 5개국으로 전망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3.4%로 하향했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은 올해 6.5%, 내년에는 6.3%로 지속적으로 둔화할 전망이다.

도이체방크의 피터 후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여건이 받은 타격이나 각종 지표의 약세를 감안하면 (리세션) 위험이 커졌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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